고잉 고잉 곤


   김혜순



   새가 나를 오린다

   햇빛이 그림자를 오리듯 


   오려낸 자리로

   구멍이 들어온다

   내가 나간다


    새가 나를 오린다

   시간이 나를 오리듯


   오려낸 자리로

   벌어진 입이 들어온다


   내가 그 입 밖으로 나갔다가

   기형아로 돌아온다


   다시 나간다


   내가 없는 곳으로 한 걸음

   내가 없는 곳으로 한 걸음


   새가 나를 오리지 않는다

   벽 뒤에서 내가 무한히 대기한다



   ***

   길들여져 맞춤형으로 나갔다가 매번 '기형아'로 돌아와도 나를 버리고 다시 나선 무대에서 무대는 커녕 무대 뒤에서 취사선택되기를 바라며  '무한대기'하는 삶을 사는 어떤 소수자들을 떠올리며, 넓혀서 소수자들을 읽다가 좁혀서 소수자들을 읽기를 반복하는데, 넓혀도 좁혀도 차별을 당하는 소수자인 건 마찬가지여서 가 닿는 공감의 장에는 이해의 바람보다는 느낌의 물결이 먼저 출렁입니다. 섧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