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내 꿈의 무게는 몇 그램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 길에 체중계를 툭 찬다. 오늘은 몇 그램? 식전에 먹는 약 넥시움정 20밀리그램 한 알을 꿀떡 삼킨다. 약 한 알에 물 한 컵. 거실을 몇 바퀴 돌다가 다시 체중계 위에 올라선다. 그새 300그램이 빠졌다. 오늘 내 꿈의 무게는 300그램? 내 꿈의 무게는 매일 다르다. 달라도 늘 200그램에서 400그램 사이에는 있다. 딱 그저 그만한 가벼운 내 꿈의 무게, 또는 잠의 무게. 나는 일 년 열두 달 매일 다이어트 중이다.

 

 

 

 

꿈꾸기

  

 

아빠는 꿈이 뭐야. 으음, 내 꿈은 시인. 그럼 아빠는 꿈을 이뤘네. 시인은 됐고 이제 아빠는 꿈이 뭐야. 으음, 내 꿈은 시인. 시인은 됐는데 뭔 꿈이 또 시인이야. 으음, 됐어도 아빠 꿈은 여전히 시인. 인간은 시시해지면 끝장이야. 시시하다. 대단한 데가 없어서 보잘 것 없다. 좀스럽고 쩨쩨하다. 어린 자식들은 이제 다 자라서 아빠에게 더 이상 꿈을 묻지 않는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꿈을 묻지 않는다. 꿈은 묻고 답하는 퀴즈풀기가 아니니까. 네 팸은 우리 팸과 다른 것 같애.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소현이의 꿈은 무엇이었지. 꿈을 이루는 하나의 방법이 꿈꾸기라면 소현이의 꿈은 혹시나, 꿈꾸기? 어쩌면 우리 모두의 꿈 역시 꿈꾸기일 수도 있다. 꿈은 꾸기 위해서 있는 것이니까. 꿈은 꾸는 동안만 꿈이니까. 꿈은 하나의 강박이다. 꾸고 있는 동안만은 아름다운 강박. 시시한 꿈은 없다. 시시해도 꿈이다. 꿈이 끝장인 것은 시시해서가 아니라 시시해져서이다.

 

*  영화에 시, 조현훈‘꿈의 제인’

 

 

  

 

* 약력

 

남 태 식

 

2003년『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내 슬픈 전설의 그 뱀』『망상가들의 마을』, 리토피아문학상(2012) 김구용시문학상(2016)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