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사람이 죽어 가는데 기계부터 돌리라고 했다.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얇은 마스크 한 장, 실오리 헤진 목장갑 뿐

 

아이의 노동 자리에는 컵라면과 햇반, 과자부스러기 몇 조각

 

칠흑 어둠 속에서 김용균은 죽었다.

 

도와달라는 소리 한 번 손 한 번 내밀지 못하고

 

꿈을 앗겼다

 

공장 구내식당은 계약 만료로 문을 닫았다

 

컵 라면이 전부였다

 

벨트에 몸이 감겨 병원으로 이송되면서도 싸이렌을 울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모두가 깜깜 절벽이다

 

월급을 많이 받는 것 보다 사람대접 한 번 제대로 받는 것이 소원이랬다

 

기적같은 대한민국 성장

정치가는 사업가는

눈부신 성장을 노래한다

 

온 몸을 태우며 활화산처럼 불꽃을 피우던

공돌이 공순이 꿈은 한 줌 재로 흩날리고

 

죽지 않고 다치지만 않게 해달라는데

 

 

기계에 빨려 사람이 죽어가는데

 

기계는 돌아가는데 공돌이 공순이 꿈은 생명은

누가 어루만져 줄 것인가

 

백일을 맞은 딸아이의 고운 볼 한 번 제대로

쓰담은 적 없는데

 

싸늘한 돌곽에 꿈을 가둬버린

김용균 ‘씨’ 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어린 꿈

 

여의도를 가득 채운 국개의원은

 

왜 아이를 착하게 살라고 가르쳤는지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 통곡한다

 

네 가슴의 한 나에게 모두 묻어라 네 한이

강물처럼 풀어져

향긋한 봄향으로 날릴 때까지

 

 

맨 주먹으로 싸울 것이다.

 

 

 

 

봉정사 가는 길

 


 

네 발자국 소리 좇아 칠흑 어둠 산길 오르네

네 향내 따라

천등산자락 님의 소리 장삼 소매 자락 이끄네

 

내 귀는 숲을 흔드는 새소리에 멀고

내 눈은 산을 흔드는 물소리에 멀었네

 

천년의 산자락 구비 돌아

어지런 사바 부여잡는 손길 뒤로

물안개 흐릿한 구도의 길 따라

세속의 인연

바람처럼 햇살처럼 던져 놓고

헝클어진 마음결

한 마리 봉황으로 날리네

 

소용돌이치는 물 위로 눈부신 연꽃 위로

우주를 하늘을 깃에 담아

붉은 노을 꽃잎처럼 봉황 나리네

 

네 발자국 소리 좇아 칠흑 어둠 산길 오르네

네 향내 따라

천등산자락 님의 소리 장삼 소매 자락 이끄네

내 여기 누워 천년의 구도 쌓겠네

솔바람 데불고 구름자락 데불고

내 여기 천년의 노래 부르겠네

장삼 깊이 묻어둔 님의 노래 잦겠네.

 

 

남효선 약력

 

1958년 경북 울진서 나다. 동국대학교 국문학과와 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과에서 공부하다. 1989년 『문학사상』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오다. 시집 『둘게삼』 『꽈리를 불다』 사화집 『눈도 무게가 있다』외 다수 있다. 민속지로 공저『도리깨질 끝나면 점심은 없다』 『남자는 그물치고 여자는 모를 심고』 『울진민속총서』외 다수가 있다. 한국작가회의와 대구경북작가회의 이사와 울진군축제발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아시아뉴스통신 기자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