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의 경고

 

 

 

열쇠가 사라져 버렸다

 

열쇠 장수는 자물쇠 따는 값을 후려치지만 

열쇠 간수를 못했으니 어쩌랴

 

철컥, 그 잠기는 소리 너머로 

이쪽과 저쪽을 가로막는 건 어쩌면 그 무엇도 아닌 

어머니가 열어보고 싶었을 아버지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사람 살아가는 일이 때로는 멍울이 되어 

저마다의 가슴에 자물쇠처럼 매달리는 것  

 

열쇠 장수는 그걸 알고 값을 후려치는 것이다

세상의 온갖 자물쇠와 세상의 온갖 문에 대하여

못 여는 게 없다던 열쇠 장수가 돌아간 뒤 

오래 걸어두어 잊고 있는 자물쇠가 내게도 있다는 걸

열쇠를 기다리며 녹슬어 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자물쇠 하나가 매달릴 때마다

내 안에 꽃망울 하나씩 떨어져 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자물쇠 하나가 매달릴 때마다

누군가의 가슴에 멍울 하나 매달았을지도 모르는데

 

비는 내리고 열쇠 장수는 가고 없다

 

 

 

 

누가 이름을  불러주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는

한낮의 바람 같은 훈훈함이 있는 것 같고 

오래 입은 스웨터의 편안함이 있는 것 같고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이 있는 것 같고

돌아보면 언제나 기다리는 자리가 있는 것 같고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는

같이 걸어가는 길이 있는 것 같고

함께 나누어 온 이야기가 있는 것 같고

 

귀뚜라미가 가을을 노래하듯

누가 이름을 불러주는 그 목소리에는

들어도, 들어도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는 것 같네

 

다정한 벗이 이름을 불러주듯

밥은 먹었느냐고 별일은 없느냐고 

물어봐 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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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2007년 『아람문학』등단. 2012년 『사람의 문학』에 작품 발표 후 활동 시작

시집『귀하고 아득하고 깊은』이 있다.

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

이메일: qwea062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