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부러트리다 

 

 

, 당분간 집을 떠나야겠다

몸 안의 묵은 똥 찌꺼기들을 비워내기 위하여

더러움에 주둥이 박고 우글거리는

벌레들을 몰아내기 위하여

 

떠나려는 발목을 놓아주지 않는 화분들

오래 가꾸어온 것들이 가로 막는다

손때 묻은 것들이 자행하는 배신행위에

아직도 익숙지 못해 흔들린다

 

찢어지고 터진 상처마다 쓰라림을 우려내는 핏물

나를 떠나게 만들었던

그 새빨간 핏빛이

내 안의 정신병인자를 발작시킨다

 

화분을 뒤엎는다

미안하다 목숨이여!

 

죽어 마땅하다

친구의 주머니 속에 칼이 들어있고

다정한 눈웃음에 독약이 묻어있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체투지로 견뎌내야만 했던 세상 속에서

정 혹은 미움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끝내

집착을 부추기는 너,

 

떠나기 위해서는, 그리하여

다시 돌아와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서 뜨겁게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목숨도 부러트려야 한다

 

용서하라 용서하라 용서하라

 


빈 도시의 가슴에 전화를 건다    

 

 

전화를 건다

빈 집, 빈 방, 도시의 빈 가슴에

여보세요, 여보세요 ▶►▸▹▹▹◦◦◦ … … …

정좌한 어둠이 진저리를 친다

화들짝 놀라 깬 침묵이 수화기를 노려본다

거미의 파리한 손가락이 뻗어 나와

벽과 벽 사이

공허의 모르스 부호를 타전해온다

뚜뚜뚜⦁⦁⦁⦁뚜뚜⦁⦁⦁⦁⦁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 ~ ~

뼈마디를 일으켜 세운 싸늘한 어둠이

몰고 온 찬바람

구석진 한 귀퉁이에 겨우 발붙이고 있는

체온을 딸깍 꺼버린다

가느다란 신경 줄 하나

수화기 옆에 오똑 웅크리고 앉아

오로지 듣고 있다, 침묵의 제 발자국 소리를

공허의 빈 들판에서

우롱, 우롱, 우롱‥ ‥ ‥ 소용돌이  치는

죽음 같은 절망, 절망 같은 죽음을 쓸고 오는

금속성의 바람소리를,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는 정막의 물살 위에

부딪쳐 미끄러지는 벨소리

메아리 진다

빈 집, 빈 방, 빈 도시의 가슴에서

헛되이 ~

 

헛되이 ~




약력

*하버드대학교주최 번역대회 우승([2H+O  =2HO] 등 17편 번역:김하나).(2008)

*코리아타임즈 주최 한국현대문학번역대회 시 부문 우승. 번역:김하나, 모크린스키(2010)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단편 [오이소박이](2010)

*일한환경시선집 [地球しい]에 시『帰郷』이 선정 수록됨(2010)

*WIN(Writers International Network)Distinguished Poet Award(2015)수상.

*Multicultural Creative Writing Collection 2015』에 시  2H+O=2HO』 와 『Middle Age (중년)』가 선정수록됨.(2015)

*미국 『Peace Poems』의 World Peace Poets 40인에 선정됨(2015)

 

*캐나다 (BC)포트무디시의 이달의 문화예술인 선정됨(2016)

*저서:한글시집 12/ 한영시집 2/ 일어시집 1/ 편저[속담명언사전]/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