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

 

    

 

마우스가 뒤집혀서 눌러두었던 붉은 마음을 들킨다 흰 것의 속이 저렇게 붉다니

어제는 냄새의 도시에서 보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청춘들이 붙안고 얼굴을 포개고 있는 것을 손잡이를 꼭 잡고 내려가는 나의 얼굴을 청춘들은 눈을 감고 눈을 감은 것은 얼굴이 없었다

시장통 어느 화장품집 앞을 지날 때 네 향기가 났다 뒤를 돌아보았다고 문득 사람들 모두 사라지고 낯익은 골목 앞에 서 있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팔랑거리는 향내에 기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물속에서 빠져나온 길처럼 후줄근해져서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걸었다

낯선 별과 별의 거리를 재다 다 닳은 구두를 신고 돌아왔다 대체 너는 어떤 별의 숲을 헤맨 것일까 네 옷엔 숲의 냄새가 도깨비풀처럼 붙어있었다 너는(나는) “수잔하고 불렀다 수잔의 얼굴은 없었다

나는 수잔의 걸음걸이로 이곳에 도착한 적이 있었던 것일까

마우스를 잡고 클릭 클릭 한다 웹사이트에서 네 향내란 아이디를 클릭한다 오스카 로션의 햐얀 향내를 지운다

 

     

 

죽음

    

 

죽음은 마르고 허리가 구부정하다

죽음은 느릿느릿 걸어서 방문을 열고 나간다

 

마루에는 쏟아지듯 빛이 내리고

죽음은 빛으로 들어간다

보이지 않는다

 

층층나무 가지 사이로

햇빛 같은 것이

바람 같은 것이

누군가 얹어놓고 간 엷은 마음 한 장 같은 것이

가만히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