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갔었다

 

오래 전 애양병원 진료 받으러

여수에 갔을 때

무서웠다 전라도, 여수

어디서 왔느냐는 택시기사의 물음에

경상도 어디라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바다도 시퍼런 파도를 거칠게 올렸다

 

얼마 전 여수에 갔을 때는

거기 붙어살고 싶었다

 

여수 밤바다 여수 낮바다에

마구 지폐를 날리며

환상을 즐기고 싶었지만

그런 깜냥이 되지 못하고

가끔씩 가녀린 파도 한 줄기 뛰어들 수 있는 산자락

낮은 집 마당에 노란 플라스틱 의자 하나

바다로 향해 놓고 오지 않는

여객선을 기다리고 싶었다

 

오래 전 그 때는 왜 그랬을까

 

그 시절의 보호를 받으며, 어쩌면

우민화 정책의 1호 대상자였을

경상도 사람들

어린 학생들은 얼마나  

먹기 좋은 떡이었을까

유언비어의 이식지로 얼마나 비옥했을까

전라도와 경상도는 그 시절의

광풍에 함께 못 쓰게 됐음을

이제는 안다

 

전라좌수영로라는 도로명 표지판

이순신장군 동상, 거북선 모형물

우리는 이렇게 그를 잊지 않으려 하고

그를 통해 뭉친다

선착장 들머리부터

미역 한 오리 멸치 한 됫박 놓고

난전을 펼친 늙은 사람들과

그 푸른 바다, 선박이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순신은 자신을 죽이며

왜 그토록 그 곳을 지켰는가를

 

여수, 여수

내 가슴에 그리움으로

옹이 맺힌

려수(麗水)

  

 

 

유전자

 

인간의 유전자는 오백 년을 기억한다고

어느 유전학자가 학설을 냈지만

거기까지는 모르겠고

5촌까지는 확실하다

 

작은아버지 장례식에서

소복을 입은 갓스물 정도의 아이를 보고

4촌 오빠의 딸이라 생각했다

혈족을 찾는 인간의 습성대로

누구를 닮았나 살피는데

저도 당기는지 미소를 조금 보였다

그 때 불똥처럼 튀어오는 우리 아이라는 것

 

웃을 때 살짝 뒤집어 지는 윗입술

그 입모양은 내 아버지와 나

그 아이의 아버지 내 사촌 오빠다

거울을 보며 당겨 내리기도 했던 입술

그 날은 어느 조상이 품에 넣어준

붉은 징표가 되었다 

 

일찍 어미를 잃은 아이

그러고 보니 불운도 서로 닮았네

이런 유전자 말고 

그 아이 후손에게는

시 쓰던 조상의 유전자와

시 쓰는 내 유전자가

온통 흘러든다면, 그리하여

천년의 시작(詩作)*이 된다면,

 

*출판사 천년의 시작에서 차용

 

 

김재순:  2002년 작가정신으로 작품활동. 시집『복숭아 꽃밭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