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

                                    

 

 

마음 달래 십년 만에 열흘 휴가를 얻었다

밤 아홉시에 잠들었다

아침 여섯시에 일어났다

앓던 잇몸이 사알짝 가라앉는다

찐 고구마 하나, 삶은 달걀 한 개, 사과 두 쪽으로

어제와 마주 앉아 아침식사를 마친다

발걸음이 빠알간 샌들만큼 가벼웠다

 

어딘가 허전했다

걸망 하나 짊어지고 나선 길

허기가 태양처럼 다가들었다

변명과 핑계를 아무리 쏟아 부어도

화창해지지 않는 우기처럼

마음 한구석 안절부절 제대로 눕지 못한다

 

바람은 거꾸로 내 안에서 불어왔다.

 






조폭 마누라

                           

 

부항을 떴다

등에 둥그런 비늘이 돋았다

흑룡이든 어룡이든 한 번도 꿈꾼 적 없는 가슴에

빨갛게 욕망이 돋았다.

 

세상을 품어 승천하고 싶었던

천 년 이무기의 옷을 벗지 못한 채

돋아난 비늘이 자꾸 허공을 향해 달아나려 했다.

 

난폭한 날개를 가지런히 쓰다듬으며 조폭마누라가 되었다.

한 때 여린 꽃 한 송이기를 간절히 빌었던 손끝에

칼침을 꽂고 거친 낙법으로 뿌연 세상을 가르는

이단 옆차기 돌려차기는 나만의 세상사는 방식

 

세상 모퉁이 외진 곳에서 꽃잎을 떨구고

생채기 난 비늘을 깁는다.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꿈꾸었던 한 때

저돌적인 용의 날개를 겨드랑이에 감추고 앉아

세상과의 사투를 벌인다.

 

발갛게 돋은 둥그런 비늘을 보이지 않게 매만지며

한 번도 추락을 꿈꿔보지 않은 가슴

승천의 푸른 꿈을 일상으로 접고 있다.




//전북 남원출생. 1991년 『시와 의식』 여름호에 <, 여자> 2편을 발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다시 꽃으로 태어나는 너에게』 『신림동 연가』

『아름다운 비밀』 『굿바이, 자화상』(2014년 세종 우수도서 선정)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