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군단에게 바치는 노래  

                     -코로나19 잡는 의료진에게 바침

                                                     

 

 

붉은 뿔의 수상한 침입자가

발소리도 없이

날마다 출몰하는 위험한 지대에

당신은 밤낮으로 근무를 섭니다

 

불침번으로 충혈 눈이 무거워

수시로 깜빡이며 선두에서 싸웁니다

 

침묵의 검은 세력을 전멸시키리라

비장한 임무를 위하여

피로에 지쳐가는 육신을 추슬러

용기와 끈기로 무장하여

날마다 뭉치고 미소를 폅니다

 

당신이라고 죽음이 무섭지 않을까요

한숨 대신 향기로운 희망을 머금고

주저하지 않고 명석한 정신으로

공포의 소용돌이를 견뎌냅니다

 

완고한 검은 세력의 손아귀를 몰아내는

당신의 고지식한 성실함이여

당신은 고결한 생명을 감싸 안는

삶의 강력한 지킴이입니다

 

어두운 마음을 떨쳐버리고

깜깜한 동굴을 벗어나도록

당신의 강한 힘을 믿을 겁니다

당신이 승리할 때까지

검은 세력이 힘을 잃고 쓰러질 때까지

 

우리는 살아가고 살아갈 것입니다

검은 손이 무작위로 뿌리는

 

무색무취의 신열의 사슬을 끊고

두려움 없이 호흡할 날이 것입니다  




 

             빈집

 

 

 

흙벽이 달빛 맞아

밤을 유영한다

 

푸른 언덕을 넘어

그림자 어룽이는 덤불숲 헤치고

먹먹하고 쓸쓸한 오솔길

달려온 바람

불면의 흙벽에 어깨를 건다

 

문들이 열망을 품고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낡고 빛바랜 벽을 타고

산그늘이 꿈틀댄다

 

달빛과 적막이 엎치락뒤치락

널브러진 마당

어린 눈빛이 첨벙거린다

허우적대는 발을 가만히 만지는

흙벽과 달빛의 손끝이

부드럽고 끈끈하다

 

잊지 못해 찾아온 기억의

 

흙벽, 가슴 허물어 내려도

박힌 자리 지켜

오롯이 있다

 

  

권순자/1986 《포항문학》에 「사루비아」외 2편으로 작품 활동 시작, 2003 《심상》신인상 수상. 시집으로 『낭만적인 악수』,『붉은 꽃에 대한 명상』,『순례자』,『천개의 눈물』,『청춘 고래』등이 있으며 산문집 『사랑해요 고등어 씨』가 있음. 한국작가회의회원

 

이메일: lake4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