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수자리

                 

 

예천에 살면서 놓는 법 하나 배웠다

 

활은 쏘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

시위는 모여서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며

당겼던 마음 놓아 주는 일

 

빠르기나 순발력보다

더 오래 참고 더 오래 연습을 해서

눈물이 되고 기계가 된 몸이

스스로 활시위 놓는 자리 찾아내는 일

 

무심으로 그대 놓아버리는

아름다운 은갈색 좌표

그 밤,

맑고 푸른 궁수자리



 

유옥년뎐

 

나는 오래전부터

바람 부는 삼강 이야기를

황토벽에 새겨두는 습성이 있었다

 

돌아가야 할 이유를 가진

저 검은 엑셀 장부 복구할 수 있다면

깊은 삼강의 外傷도 빠르게 아물 수 있을 것이다

 

잔 잡아 권할 이 당신은 삼강주막

모여드는 설움 밤새도록 퍼마시며

내 청춘 탕진했을 터

당신만 사랑했을 터. 여기

 

사랑은 늘 상처와 동의어

스무나무 가시에 찔리던 약속  

저 외상장부 검은 벽에

삼엽충 빗금으로 새겨둔 內傷

 

온갖 外傷 다 견디며 사랑했던 날들

 

쪼르르 달려가 회화나무 이파리에

가을을 긋고 기어이 돌아오는 당신을 만나야겠네

오래된 눈물의 장부를 열어

엑셀 소트하는 당신을 만나야겠네

 

이승진: 경북 상주 상주문협 회원 상주아동문학 회원 시집 ‘사랑박물관’ 엄마 붓다‘ 산문집 ’떠난 세월 남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