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저녁


   김이강


   푸른 저녁에 대하여 생각하느라

   숙제를 도저히 못하겠는 것이다

   푸른 저녁을 쓰고

   숙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푸른 저녁

   이렇게 네 글자를 써버려야지

   그리고 숙제를 해야지


   숙제를 빨리 해버려야지

   그리고 푸른 저녁에 대해

   실컷 생각해야지

   생각하다 푸른 저녁이 되어버려야지

   푸른 저녁이 되어버려서

   나를 생각해야지

   나를 생각하다가

   나로 돌아오지는 말아야지


   숙제는 묵은 문제

   묵은 문제는 묵혀서 먹어야 제 맛이니까

   그렇지

   푸른 저녁을 실컷 생각하다가

   푸른 저녁이 된 다음에

   숙제를 먹으면 되렷다



   ***

   '푸른 저녁'에는 '푸른 저녁'을 '생각하'자. '푸른  저녁'에 '생각하'는 '숙제'가 '묵은 문제'라면 더더구나 '푸른 저녁'에는 '푸른 저녁'을 생각하자. '묵은' '숙제'는 '묵은 문제'. 이미 묵었거나 묵힌 '문제'. '푸른 저녁'을 뒤로 밀면 '푸른 저녁'도 곧 '묵은 문제'가 되리니 이왕 '푸른 저녁'에는 '푸른 저녁'을 '생각하'자. 우리는 너무 오래 '묵은  문제'에 매달리느라 '푸른 저녁'을 방기하였다. '푸른 저녁'에 '실컷 생각하'는 '푸른 저녁'은 어쩌다  '묵은 문제'를 풀기도 하더라만, 않더라도 '푸른 저녁'에는 '푸른 저녁'만을 '생각하'자. 굳이 '묵은' '숙제'를 잊거나 잊힐 필요까지야 없더라도 '푸른 저녁'에는 '푸른 저녁'을 '실컷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