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일기(詩作日記) / 윤순열

 

 

 

시란 놈이 도무지 찾아오지 않더니

갑자기 왔다

가방을 뒤져도

연필도 종이도 없다

텅 빈 내 곳간엔

허접스러운 화장품 몇 개

그냥 가려는 시를 억지로 붙잡고

헤매다 겨우 찾은 서점

아무렇게 뽑아든 책이

시들만 사는 시집(詩集)이다

그 흔한 시의 집안에

내 시가 들어가야 할 자리는 없네

어쩌랴

립스틱으로 신나게 그려낸 그 점 위로

비로소

빨갛게 웃고 앉은

내 시(詩)

 

 

                                [2011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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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시란 놈은 바깥을 빙빙 돌기만 하고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남의 집에는 시들이 가지런히 자리하여 화목한 집을 이루고 있지만 거기 내 시가 쉴 곳은 없다. 그때 갑자기 오랫만에 찾아든 내 시. 그러나 마땅히 그 시를 앉힐 곳간이 없다. 그래 립스틱으로 그려서 임시로 잡아들인 내 시(子息). 허허  빨갛게 웃고 있다.  좋네여 ^^ (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