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새

 

-장석남

 

 

 

노란 꽃 피어

산수유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갔다

산수유나무 새가 되어 날아가도

남은 산수유나무만으로도 충분히

산수유나무

 

너는 가고

가고 남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은

너를

달리 무엇이라고 부르나

 

길 모퉁이에 박힌 돌에 앉아서

돌에 감도는

이 냉기마저도 어떻게 나누어 가져볼 궁리를 하는 것도

새롭게 새롭게 돋는 어떤 새살(肉)인 모양인데

 

이 돌멩이 속에 목이 너처럼이나 긴

새가 한 마리 날아간다

날아가긴 해도 그 자리에서만 날아가고 있다

 

-장석남 시집『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창작과비평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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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의 이 시를 거듭 읽다보면 갑자기“ 돌 속으로 그 여자 들어갔네,”라는 이성복의 그 유명한 시「남해금산」이 떠오른다. 「돌의 새」는 돌(石)과 새(鳥)라는 사물을 필기구로 해서 씌어진 연시(戀詩)이다. 이 시의 창작 모티프는 2연에 놓여있다. “너는 가고/가고 남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많은/너를” 어쩌란 말이냐, “달리 무엇이라고 부르나”가 그것이다. 이 내용은 1연의 산수유나무와 새의 관계에 기대고 있다. 우리 전통 시가의 구성법인 선경후정(先景後情)의 구도와 유사하다. 1연이 선경(先景)이고 2연이 후정(後情)이라면, 3연과 4연은 너(새)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내 몸(돌)의 힘겨운 떨림 혹은 그 여운이랄 수 있겠다. 마지막 “날아가긴 해도 그 자리에서만 날아가고 있다”라는 시행은 서정의 주체가 결코 너를 떠나보낼 수 없다는 결의에 찬 표현이다. 아니다, 너(새) 속에 내(돌)가 갇혀있는 지독한 사랑의 외마디 절규다. 너무 아픈 사랑 이야기다.

-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