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죽 구두


세상은 그에게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맨발로 세상을 떠돌아다닌 그에게
검은 가죽구두 한 켤레를 선물했네

부산역 광장 앞
낮술에 취해
술병처럼 쓰러져
잠이 든 사내

맨발이 캉가루 구두약을 칠한 듯 반들거리고 있네
세상의 온갖 흙먼지와 기름때를 입혀 광을 내고 있네

벗겨지지 않는 구두,
그 누구도
벗겨 갈 수 없는
맞춤 구두 한 켤레

죽음만이 벗겨줄 수 있네
죽음까지 껴 신고 가야 한다네



여름이면 정오가 되지도 않았는데

골목 담벼락 좁은 그늘에 몸을 걸치고

퍼드러진 사내들을 가끔 본다

나는 그들을 유심히 본다

혹시, 돌아가신 내 아버지의 얼굴은 아닐까

올케가 먼저 죽은 후 홀로 남겨진

내 오라버니들의 모습은 아닐까

 

나는, 올케들과 다정다감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내 오라버니를 부탁한다.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