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나는 평양에 가겠다
공단거리 지쳐버린 사원임대아파트에 핏빛으로 몰려
오는 눈보라로 가겠다

일용직으로 떨어져
일용직으로 떨어져

바라보는 인원감축합의문 벌겋게 찍힌 노동조합 그
이름으로 가겠다

거리엔 백화점과 술집들이 온통 불빛들을 터트리고

그 불빛 속에 내 눈물속에 비치는 외줄기 낭떨어지길로 가겠다

이것이 노여움인지 사랑인지 나는 모른다
쌀이 좋다는 재령평야도
눈이 많다는 국경 마을도
나는 모른다

이 눈물이 아픔인지 비굴함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바람 속에
저렇게 떨고 있는 눈송이들을 위해
시커멓게 밟혀버릴 눈송이들을 위해

단 한번만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신경림 시인은 이 시를 읽으면서 속으로 몇 번인가 울며
최상의 시란 어떤 것인가  생각했다고 합니다

조정래 선생은 아리랑을 집필하면서
일본 침략기 때 죽어간 400만 우리 동포를
원고지 칸칸이 채웠다고 합니다

'작가 정신' 의 ㅈ 도 모르면서
나는 무얼 詩 라고 주장하며 쓰고 있는지... -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