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아지매 / 안상학

 

밤실 풍기아지매 이름은 신몽주래요

돌아가시고서야 처음 이름을 알았지요

영안실 밖 알림판에 망 신몽주

그 예쁜 이름 옷고름에 묻어두고

그저 풍기아지매로 평생을 살았지요

소실로 시집살이 안채에서 하룻밤 정도 없이

바깥채에서 그래도 배 아파 가며 아들 낳았지요

그나마 그 아들 소식 없이 객지 떠돌다

마흔 넘어 돌아와 장가들고 손주도 낳아

한 이태 사람 사는 것처럼 사는가 싶더니

박복한 인생이란 그런 것인가요

더운 여름날 홀연 평생 묻어둔 이름 앞세우고

참으로 쓸쓸한 빈소를 차렸더이다.

상주는 달랑 하나지만 곡소리는 열 상주이더이다.

풍기아지매 울 아지매

죽어서도 남촌아제 옆에 못 가고

먼발치서 봉긋한 저승살림 차린 풍기아지매요.

 

 

소학교 여선생 출신, 면장집네 작은할머니

나 그 할머니를 얼마나 동경했는지 몰라

골목의 잡풀들은 그 할머니 때문에

양산을 펼친 듯 활짝  꽃 피웠는지도 몰라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땟국물이 흐르던 그 마을에서

어린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고 지금도 궁금한 그 할머니의 안부,

그 할머니의 삶

그것이 비록 허무한 것일지라도...

어차피 다 허무한 것이니...--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