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밭에서/정대호

 

 

 

채소밭에 쪼그리고 앉아

상추와 배추를 뽑는다.

먼저 뽑는 기준은

조금 더 자랐고 조금 더 튼튼해 보이는 것이다.

 

조금 더 무성해 보이는 놈은

조금 더 욕심이 많은 것 같고

옆에 있는 것들에서 물 한 방울이라도

더 빼앗아 먹은 것 같고

제 혼자만 잘난 체 으스대는 것 같고

 

그놈을 뽑아야

바로 옆에 기 한 번 펴지 못하고

파리하게 비실거리는 것도

다음에는 조금 더 튼튼하게 자랄 것 같고

잘난 놈 그늘에 고개 한 번 내밀지 못하던 것들도

가슴 펴고 당당하게 바로 설 것 같고

바로 서서 제 말도 떳떳하게 해볼 것 같고

상추는 상추끼리 배추는 배추끼리

끼리끼리 잘 어울릴 것 같고

잘 어울려 재미나게 살 것 같고.

 

 

                          2012 『내가 뽑은 나의 시』 한국작가회의

...............................................................................................................................................................

(감상) 욕심껏 많이 먹고 웃자란 상추는 일찍 뽑히나 봅니다. "그놈을 뽑아야" 허허 ~,  좋은 자리라고 줄창 꿰차고 내놓지 않아도 뽑아야 합니다. 어지간히 해 먹었으면 내 놓을 것이지 쫓겨나야 되겠습니까. 옆자리도 좀 돌아보고 물러 설 줄도 알아야 안 되겠습니까. 작금 대선(2012.3.4)을 앞 둔 러시아 정국이 그것입니다. 푸틴이 8년을 집권하고도, 4년을 총리로 물러나 있다가(연임 금지 규정에 걸려서), 다시 대권을 쥐겠다고 나선 것 말입니다. 물론 그가 집권했을 때 러시아 주체성 확립에 어느 정도 공이 있다고 해도 그렇습니다. 내가 좀 했으면 너도 좀하고 또 다른 사람도 대통령 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꼭 나만을 고집해야 되겠습니까. 내가 아무리 잘 났다고 생각해도 더 잘 난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다수가 돌아가며 다스려 볼 때 다양한 사회발전이 되지 않겠습니까. 한 자리 꿰찼다고  죽을 때까지 물려주지 않는다면 그게 미개사회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언젠가는 뒤집힐 북한은 말도 안 되는 현실이고요. 이 시에서 시인은 함께 어울려 잘 사는 법을 일러주고 있습니다.(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