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목련꽃 한 송이가/김은령

 

 

 

수타사 요사채에

우중충한 사람 여럿 모여있었는데요

저마다 수만 가지 생각들을 품고

수만 가지 알력을 겨루며 앉아있었는데요

마당 가 한 그루 목련 나무에서

봉긋한 꽃송이 하나가

공양주 보살 손에 살랑살랑 따라와서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맑은 차 주전자 속으로 살폿 들어갔다 이겁니다

아이쿠, 저 여린 꽃잎 다 짓무르겠다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 꽃송이 스르르 저를 다 열어젖히고는

달짝지근 젖 내음 뿜어내는데

아 글쎄, 그 순간 방안 가득 뻗쳐있던

그 수만 가지 알력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꼭 목련꽃 피는 소리로 들려

사람들 뱃속에 찰랑찰랑 꽃 피고, 마당 가득 꽃 피고

물결, 꽃물결 골목 밖으로 찰랑찰랑 넘쳐서는

세상도 덩달아 봄이 됩디다

피어남도 좋지만 순절도 참 괜찮다 싶데요

 

                                     시집『차경借憬』 2012 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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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목련만큼 기쁜 꽃은 없습니다. "우중충한"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꽃,  그 꽃 보여주려고 또 봄이 오려나 봅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 "스르르 저를 다 열어젖히"는.   이처럼 가뜬한 세상으로 이끌리고 싶습니다.(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