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 에밀레

                 서지월

 

 

 

 

서라벌 깊은 밤에 솥뚜껑이 우는구나

에밀레 -, 에밀레 -

어미의 간장 녹아서 발목 없는 귀신 천 리를 가듯

하늘엔 달이야 하나인데

부뚜막 위의 솥뚜껑, 부엌문 열고 나와서

눈물 흘리는 달빛 사이로 찢어진

천 갈래 만 갈래의 풀벌레 울음소리

찌르르 찌르르 문살을 훑고

누가 이 밤중 홀로 깨어 길을 가는가

부엌 아궁이 재도 사그라진 밤

솥뚜껑 저만이 허기진 배 움켜쥐고서

에밀레 -, 에밀레 -

토함산 그늘 아래 누가 만파식적 불어제껴

동해의 차운 물 덥혀 끌어올 수 있을까

어미는 절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밤

형체 없는 아기가 부뚜막 위에 걸터앉아

솥뚜껑 잡고 우는구나

애끓는 쇳물 속으로 들어간 아기가

오늘 밤은 어미 없는 부엌에 찾아와

밥 달라고 울어쌓는구나

 

 

                            [유심]  2012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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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수시로 행주로 훔치고 닦았던 어머니의 솥, 솥뚜껑.  그 무쇠 표면이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던 어릴 때의 부엌.  밥이라도 실컷 먹을 수 있기를 어머니는 솥을 닦으며 빌었을 것이다.  경주박물관 성덕대왕신종의 그 무쇳덩이가 내는 에밀레 소리.  서지월의 상상이 구수한 밥 내음으로 어린 나를 이끈다.(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