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철공소  / 백상웅
 

철공소 입구 자목련은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망치질 소리가 앞마당에 울려퍼지면요

목련나무 우듬지에 남은 살얼음에 쨍 하고 금이 가요

내 친구 스물일곱살은 강철을 얇게 펴서 봄볕에 달구죠

한잎 한잎, 끝을 얌전하게 오므려 묶어서

한송이 두송이, 용접봉 푸른 불꽃으로 가지에 붙여요 
 

내 친구 스물일곱살의 팔뚝에도 꽃이 벙글거려요

팔목에 힘을 줄 때마다 자목련꽃이 팽팽하게 열리죠

자색화상 위에 푸른 실핏줄이 돋아나요

그걸 보고 여자들이 봄날처럼 떠나기만 했대요 
 

용접봉을 손아귀에 쥔 내 친구 스물일곱살

오늘은 철공소 마당에서 철목련을 매달아요

가지마다 목련꽃이 벌어져서 햇볕을 뿜어대죠

꽃 핀 철문은 허공에 경첩을 달고 식어가고 있고요

밤에는 하늘에다 꽃잎을 붙이느라 잠도 못 자요

 

 

20대는 어쩌면,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것보다

이성에 대한 열망이 더 강할 수도 있지요

여자들이 떠나고, 폼나는 삶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낮에는 마당에 있는 나무에 꽃을 매달고, 밤에는

하늘에 꽃을 붙이느라 잠도 못자는 것은

친구, 

용접공인 자신을 이토록 아름답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은 많은 그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 하나, 자신을 인정하고 알아주는 한 사람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  한 사람을 더듬어 봅니다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