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이유

                이승진

 

 

 

남의 머리 물그릇으로 사용했던 그 분은 주인에게 얼마나 미안 했겠어?

돌아갈 수밖에는......

게딱지에 밥 비벼먹다가 문득 그 분 생각하노니

남의 머리 밥그릇으로 사용한 나는 도대체 얼마나 오래 미안해야 하는지

 

돌아서서 훌쩍이는 한 여인을 보았네.

돌아서서 훌쩍이는 바다의 등을 오래 바라보았네

 

                                          《건달바》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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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남을 아프게 하고서는 자기가 즐거울 수 없다. 남을 밟고는 오롯이 설 수 없는 것이다. 생명은 共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元曉스님이 물그릇으로 알았던 쓸쓸한 해골 바가지, 이승진 시인이 밥그릇으로 사용한 게딱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방을 짓밟지 않는가. 그러므로 시인은 "도대체 얼마나 오래 미안해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 "돌아서서 훌쩍이는 바다"에서 우리가 "돌아가는 이유"를 묻는다.(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