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견하다

 

서울 사는 오 모 시인이

부처님 오신 날 즈음해서

부처님의 자비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안부를 전자우편으로 보내왔다

아내와 함께 도봉산 산행길에 들렀던

관음암에서 찍었다는 사진 한 장도 따라왔다

현판도 주련도 보이지 않는 당우

햇살이 사선으로 비켜 가는 섬돌 위에

나란히 계신 흰 고무신 한 켤레 

닳고, 닳아서 찢어진 뒤꿈치를

이제는 사라진 일거리인, 이불 호청 꿰맬 때나 쓰는

굵은 흰 무명실로 꽁꽁 꿰맨 고무신 한 켤레

나도 모르게 두 손 가슴에 모으고

모니터를 향해 꾸벅 절했다

 

* 두 손 정갈히 모으고 모니터를 향해 꾸벅 절하는 시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시인은 '무명실로 꽁꽁 꿰맨 고무신 한 켤레'에서 부처님을 만나고 자신을 들여다 본다.

   아주 작은 것에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시인이 나는 참 좋다.

 

   지난 3월에 배달되어 온 시집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요즘에야 보고 있는데

   불기 2556년 석가탄신일인 어제 이 시가 내게 딱 걸렸다.

   부처님의 자비인 듯 고맙다.

 

   이제 절집에 가면 혹시 꿰맨 고무신이 있는지 둘러보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