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국

 

    들쥐 떼가 고추밭 파헤치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

라며 쥐덫을 놓았는데 쥐 대신 눈 먼 꿩이 잡혔다 과수

원 형님네 어르신들 신명이 났다 무 썰어 넣고 매운 고

추 풀어 얼얼한 꿩국보다 직접 담가 맛이 쩍쩍 앵기는

복분자술보다 탁탁 소리 내며 동짓죽이 끓고 있는 가마

솥보다 이 산동네를 한 번도 떠난 적 없다는 허리 휜 어

르신들 찰진 말씀이 긴긴 밤 더 구수하다  

 

* 장현우 시인은 농경사회의 따뜻한 공동체를 찾아서 잘 나가던 도시의 직장을 그만 두고 귀농했다.

   그의 첫번째 시집 "귀농일기"는 귀농 이후 함께 지낸 사람들과 자연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런 생활에서 건져올린 시들이기에 한결같이 쉽고 편하다. 그러나 그 쉽고 편함 속에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시 또한 한겨울 농촌 마을의 일순간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꿩 한 마리를 모두가 나누어 먹는

   공동체적인 소박한 삶과 밤새 이어지는 '허리 휜 어르신들 찰진 말씀'이 있다. 모두 모여서 하나가 되고

   하나가 된 모두는 어르신들의 구수한 말씀을 따라 밝은 내일로 간다. 단순하면서도 정이 있고

   많지 않으면서도 나눔이 있는 이런 모습에서 어르신들 말씀이 무슨 내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모여 함께 밤을 새우는 다정함이 있으니 말이다. 그 푸근한 정경에 내 마음도 살며시 끼워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