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산소
박승민
약 기운에 쓰러져 잠든 아이의 손을 꼭 잡는다
아이의 손이 내 손을 찾는다
"엄마, 돈 벌면 아빠 다-줘-이 씨!"
"앞으로 내 이름은 그레고리오야"
이 말을 끝으로 아이는 말문을 닫았다
양파껍질을 벗기듯
하루씩, 꼭 하루씩, 빠르게 지구의 껍질을 벗기며
아주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가 보다
지구는 아무래도 산소가 부족한가 보다
허기사 누군들 아침에 입던 옷을 접어
머리맡에 수의처럼 놓고 잠들지 않은 밤이 있으랴
네가 벗기다만 껍질을 마저 벗기며
나 또한 하루하루 가벼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주에는 부드러운 산소(山所)가 아주 많을 것 같다
시집[지붕의 등뼈] 2011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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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사랑하는 아이가 산소(O)가 많은 산소(山所)에 가 있으므로 해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불분명해 졌다.
시인이 자주 아이를 찾아 그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리라. 하여 부드러운 산소를 호흡하게 되는 것이다.(임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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