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이 - 이기와

 

 

 

오리를 데리고 개울가로 간다

오리를 안아보니 속이 빈 구름이다

구름이 허공에 잠기지 않는 건 마음이 없기 때문인가

무심(無心)한 오리가 개울물에 구름처럼 종이배처럼 떠 있다

오리의 유쾌한 목욕을 반나절 지켜보고 있는 나를

누군가 불쾌하게 지켜보며 혀를 찬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생을 가벼이 살아서야 되냐고

방울 달린 혀가 내 심심(深深)한 생각의 수면에 방울을 던져

소음의 파문을 일으킨다

오리와 내가 저속(低俗)에 빠지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일

말고, 더 나은 비중(比重)의 일이란 어떤 것일까

아무리 무게를 실어 깊이 잠겨보려 해도

물은 공을 차듯 오리를 수심(水心) 밖으로 튕겨낸다

물과 놀아도 물에 젖지 않는 오리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생을 가벼이 살아서야 되냐고

 

 

                                         시집『그녀들 비탈에 서다』2007 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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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우리는 지상에서 할 일이 너무 많아, 가볍게 둥둥 떠 다니는 오리를 그저 바라만 볼 뿐인가. 저 물 속에(低俗)에

 빠저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는 것 같다. 나는 어느 나이가 되서야 생을 가벼이 살 수 있는 경지에 이를까. (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