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덤들이 우리 안에 없다면


   이하석



   우리 안에

   그 무덤들이 없다면,

   저들이 지운 흔적의 압화押花 속에

   고스란히 있다.


   안팎에서

   부르는 호명에 귀 막는

   빈 메아리의 골에

   푸른 산의 갈피에


   봉분도 없이 있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만

   버려져

   있다.


   행방불명으로 있다.


   우리 안에 있으면

   푸나무처럼 솟아나

   절망과 희망의 광합성으로

   서로 우거질 테지.


   그러나 아무 곳에도 없어

   이 강산 도처에서

   계속 파헤쳐지는 질문의 삽질.

   빠른 대답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 뼈들.


   망각의 껍질을,

   꺼리는 질문과 대답으로

   파들어가서

   어리둥절하게 만나는

   역사의 민낯이여.


   사방팔방 침묵하지 못하는

   초혼의 말들만

   만수 넘본다.


   -시집 <천둥의 뿌리> (2016, 한티재)



   ***

   망각을 강요 당한 죽음들이 여전히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우리 안에 있으면 푸나무처럼 솟아나 절망과 희망의 광합성으로 서로 우거질' 죽음들입니다. 여전히 '행방불명으로' '버려져 있'는 죽음들에 대한 생각으로 올 추석 오르내리는 산천은 또 예사 산천이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