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치기 냉면역


   정선희



   기차역이 있던 곳에 얼치기 냉면집이 들어섰다

   냉면집 사장은 추억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

   추억 한 그릇에 9천원이면

   그리 싼 것도 비싼 것도 아냐

   사람들은 기차역을 둘러보러 왔다가

   코스모스 한 번 쳐다보고

   흰구름 한 번 쳐다보고

   괜히 허전해져서

   냉면 한 그릇 먹고 간다

   코스모스는 흔들리면서 매달리는데

   구름은 무심한 표정,

   철로는 걷어차도 끄떡도 하지 않아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나

   그 많은 사연과 슬픔을 퉁치고

   들어선 얼치기 냉면집,

   그곳에서 누군가는 첫눈에 반하고

   그곳에서 누군가는 아이를 만들고

   누군가는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는데

   밤기차는 감정의 소모품,

   목포로 가는 0시행 완행열차

   노래 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나는 기를 쓰곤 했지

   기차는 밤새도록 달리고

   유리창은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면서

   있는 애인도 버리고

   없는 애인도 버리고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나

   목포로 가는 완행열차는 언제 돌아오나


  (<시와정신> 2016년 가을호)



   ***

     '기차역과 냉면집은 무슨 상관이 있나'

    없어진 기차역은 없어져 이제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만, 사라진 것은 모두 추억이 되어 그저 아름답기만 하여, 그냥 가기는 아쉬워 이것도 저것도 마구잡이로 섞은 냉면을 먹으면서, 잠시 지나간 기억들을 살려도 보게 장소를 제공하니, 얼치기 냉면역은 '추억을 팔아 돈을 버는' 얼치기일지라도, 추억이 된 기억들이 얼치기는 아니겠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것도 저것도 조금씩 섞여 또 얼치기가 되기도 했겠지만, 얼치기일지라도 잠시 머물러 비둘기호나 통일호를 타게 하기도 하니, 없는 추억이지만 이 가을에 사라진 기차역의 그 얼치기 냉면집에 들러,  비둘기호나 통일호를 타고 잠시 흔들리면서,  내 것이 아닌 추억이 된 기억마저도 내 기억과 섞어 애써 내 것으로 만들어,  흔들흔들 느릿느릿 리듬을 타는 꿈을 꾸게도 하니, 냉면집은 기차역과 무슨 상관이 있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를 읽고 또 읽는데, 리듬이, 흔들흔들, 느릿느릿 하면서 갈 길을 다 가는 부지런히 가는 리듬이,  리듬마저도 또 추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