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연수평가원


   박성준



   건물에 들어가서 보았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백인

   길을 묻다가 지갑을 떨어뜨리는 여자

   농구코트 안에서 달리는 인간들


   눈을 감으면 제 자리를 찾는다


   하나를 살리기 위해

   여럿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


   건물은 밖으로 계단을 토해놓았다


   이만큼 이토록 높이를 가진

   건물의 입구



   ***

  만 명을 먹여 살리는 한 명을 이야기했던 때가 있었다. 약탈금융자본을 매개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기술에 대한 이런 순진한 낙관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하나가 여럿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하나를 살리기 위해' 여럿이 죽는다. 죽는 여럿도 하나의 여럿이 아니라 무수한 여럿이다. 경쟁이 치열해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아예 경쟁은 없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같은 말도 순진한 낙관에 불과하다. 없는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는다는 말인가. 살아남기가 소수의 살아남기가 아닌 모두 살아남기가 되려면 벌써 '이만큼 이토록 높이를 가진/ 건물의 입구'부터 낮추어야 한다.  눈을 감지 않고도 제 자리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실험되고 있는 조건없는 기본소득제에 나는 기대를 건다. 이 땅에서도 실험은 시작되었다. 실험이 현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