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댁, 물빛


   허문태



   놓친 붕장어 다시 잡아 도마 위에 놓고 배 가르는 부르튼 손 봤지. 갈치 흥정하다 그냥 가는 손님을 한동안 쳐다보던 뒷모습 봤지. 동태 몸뚱이를 무쇠칼로 내려치다 힐끗 뒤돌아보던 눈빛 봤지. 자욱한 비린내 밀어내고 늦은 점심 훌쩍이고 먹을 때 흘러내린 머릿결 말없이 쓸어올리던 모습 봤지. 쓸데없이 덤 준다고 두 번째 서방한테 구박 먹는 거 봤지.


   그딴 건 늘 있는 일이잖아?

   교통사고로 힘겹게 버티던 딸 화장해서 뿌리고

   끌려 나오듯 가게 나온 목포댁 얼굴 봤어?


   그 시린 물빛 봤어?  



   ***

   '그 시린 물빛'은 어떤 빛일까. 갈 데까지 다 가서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막장빛일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내몰려도 꾹꾹 참는 주먹울음빛일까. 일 없어도 늘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온 몸 쑤시는 푸르딩딩한  멍빛일까. 땅이 꺼진 줄도 모르고 그 움푹 파인 구덩이 속으로 한없이 끌려들어가는 자포자기빛일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끌려나오면서 마음 다잡아 먹은 또 자포자기빛일까. '그 시린 물빛'은 어떤 빛일까. 시를 읽다 말고, 도로가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내어다보다가, 창문을 때리는 바람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천정을 보다가, 방바닥을 보다가, 비 오네, 바람 심하네, 태풍이 장난이 아니네, 혼잣소리로 중얼중얼하며 나 한참을 멍하니 머엉하니 앉아 있었는데, 혹 이런 빛일까. 그냥 멍하니 멍 때리는 빛. 뱃전을 때리는 빛, 광장을 떠도는 빛.  '그 시린 물빛'은 어떤 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