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나막신

 

송 찬 호

 

님께서 새 나막신을 사오셨다

나는, 아이 좋아라

발톱을 깎고

발뒤꿈치와 복숭아뼈를 깎고

새 신에 발을 꼬옥 맞추었다

 

그리고, 나는 짓찧어진

맨드라미즙을

나막신 코에 문질렀다

발이 부르트고 피가 배어 나와도

이 춤을 멈출 수 없음을 예감하면서

님께서는 오직 사랑만을 발명하셨으니

 

- 계간『시와표현』2013 겨울

 

***

   사랑이라는데 굳이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사랑이라면 눈 먼 사랑입니다. 발뒤꿈치와 복숭아뼈를 깎아 가면서까지 새 신발에 발을 맞추는 것이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구걸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새 신발은 발뒤꿈치와 복숭아뼈를 깎지 않고도 신을 수 있는 것이면 좋겠지요. 사랑의 속성 중에 하나가 눈을 잃는 것이니 다시 이것이 또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폭력을 동반한 듯한 사랑의 속성에 마음 오락가락합니다. 나, 아직 눈을 잃지 않아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