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거(寒居) / 정희성

 

 

이제 다 내려놓고

단순하게 살고 싶네

콩댐을 한 장판방

머리맡엔 목침 하나

몸 이긴 마음이

어디 있을까

창호지에 들이치는

싸락눈 소리

 

               시집『그리운 나무』창비 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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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멋스럽고 높은 건축물에는 금동부처님이 사신다. 그런 건물을 짓고 유지하고자 할 때는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헤아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장엄한 부처님의 위엄인 것이다. 아 죽지않는 몸, 부처님의 법(法)이여. 그러나 나는 이렇게 농촌에서 한거(寒居)할 뿐이다. 시인의 말처럼 "몸 이긴 마음이/ 어디 있을까" 몸 없는 마음이 어디에 있겠는가. 어허 불초 보잘것 없고 부실한 몸이기에. 쓸쓸한 산기슭에 묻은 잔설(殘雪)처럼 그렇게 가난하게 살라는 님의 말씀. 그러므로 이 겨울 따뜻한 전기장판 한 장이 고맙다. (임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