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최재경

  

문방구집 딸 미영이는 내 친구다
머리를 양 갈래로 따고 이쁜 치마를 입고 오면
나는 툭하면 치마를 훌러덩 걷어 올렸다
미영이는 눈을 가리고 울었다
도망치다 몰래 쳐다보면 참말로 운 적은 없었다
그리고 선생님께도 부모님께도 일러바친 적도 없었다
가끔 나를 때리거나 꼬집었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어느 날은,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연필도 주고 크레용도 몰래 주었다
애들은 쑥덕거리고, 변소에는 누구누구하고 연애 걸었다는 낙서도 있었다
내가 아파서 결석을 하면, 먼 길 찾아왔다가 그냥 돌아간 적도 있었다
아파 누워있어도 미영이 치마가 생각났다
다른 애들은 감히 미영이 치마를 걷어붙일 생각을 못했다
쓰봉을 입고 오는 날은 나는 심심했다
일부러 생글거리며 내 곁을 자꾸 왔다 갔다 지나쳤다

살랑살랑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나
가끔 만나는 초등학교 동창회 때도
할머니 미영이는 치마를 입고 나온다
또 걷어붙일까 봐
치마 끝을 꼭 잡고 내 곁으로 온다


                                                   - 시집 "솔깃"에서 -

 

* 치마 끝을 꼭 잡고 곁으로 다가오는 할머니 미영이는

  어린 시절을 더욱 곱게 엮어주는 소중한 친구

  치마를 훌러덩 걷어올려도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이르지 않고

  아파서 결석을 하면 먼 길을 찾아와

  걱정을 안고 되돌아 간 정다운 친구

  그 친구 있어 시인은 더욱 행복하겠다 

  그 친구들 있어 시를 읽는 나도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