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사南長寺 백일홍 / 임술랑 

 

 

백일홍百日紅 척척 늘어진

그늘에 앉으니

내가 작은 한 집에 든 듯하다

꽃은 단청丹靑만 같고

잎은

또 다른 하늘같다

이 집에서 백일몽白日夢

꾸다가 깨도

알싸한 이승의 한숨 잠

청하고 싶다 

 

 

-임술랑의 시집:' 있을 뿐이다' 중에서-

 

 

조신 몽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꿈이 생각납니다. 초짜 스님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태수의 딸과 재미나게 살다가 가난으로 엄청 고생하다가 나중에 그토록 아름다운 얼굴이 나병에 뭉개지고 절규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돌탑 뒤에서 잠깐 자다가 꾼 꿈, 백일몽. 그러나 그런 백일몽마저 꾸지 않는다면 아무리 헛되고 헛된 꿈이라도 꾸지 않는다면 깜깜한 삶을 어찌 건널 수 있을까요. 저는 자주 공상에 빠지고 백일몽 속에서 즐거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