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손


  김해자



  제1의 아이가 땡볕에서 모래를 파고 있소

  제2의 아이가 채석장에 팔려와 망치질하고 있소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주먹밥 두 개 목장갑도 없소)

  제3의 아이가 한쪽 다리로 지뢰밭을 헤치오

  제4의 아이가 딱 붙어 푸르딩딩한 거북손으로 카펫을 짜고 있소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국밥 한 그릇 매듭이 끝나지 않소)

  제5의 아이가 쓰레기더미 헤치며 벌레처럼 엎드려 있소

  제6의 아이가 밤거리에서 짧은 치마를 걷어 올리오

  제7의 아이가 축구공을 깁고 있소

  (조각난 살가죽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

  백번 넘게 바늘에 찔려야 공에 날개가 달린다오)

  제8의 아이가 지하에서 석탄을 캐고 있소

  제9의 아이가 갱도에서 기어 나오고 있소

  제10의 아이가 굴 깊숙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있소

  제11의 아이가 달리기를 하오 무섭다 하오

  모든 아이들이 달리기를 하오

  오각 육각 테두리 안에서 달리기를 하오

  이 세계엔 출구가 없소

  살바도르, 살바도르, 지하엔 구세주도 없소

  차라리 없는 게 낫소



  ***

  이 세계에 출구도 없고 구세주도 없는 게  낫다는 시인의 절망적인 목소리를 듣기 전 일찍 울어버려서인지 시인의 너무나 당연한 목소리에 오히려 담담합니다. 담담해서 어쩌자는 것인지 울었으니 이제 그만이라는 것인지 나도 내가 어이가 없어 한참동안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