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처녀

 

개나리 처녀가 다듬잇돌로 두부를 눌러놓고 굳기를 기

다리는 동안 종달새가 울어 울어 이팔청춘 봄이 갑니다

개나리 처녀는 질질 신발 끌고 나와 굳은 두부가 네모지게

칼로 긋고 먹기 좋게 잘라 신김치 곁들여 소반에 담아 김치

고갱이 쌈 싸서 낭군님 드리고요 넙죽넙죽 미어지게 낭군님

은 잡수시고요 낭군님은 옷을 입고 나와 잿간에 소피를 보

시고는 괴나리봇짐 메고 감발하고 삽짝을 나섭니다 소쩍새

우는 봄밤을 낭군님은 가시고요 소쩍새 울음소리 울컥울컥

솟아나고요 낭군님은 그때 가서 영 오시질 않고요 노발대발

소문은 꼬리를 물고요 개나리 처녀는 폭삭가 늙어가서 치마

저고리 쪽진 머리로 영정사진 속에 들어앉으셔서 아들 손

주 절 받으시고요 느 아부지는 두부를 좋아하셨느니라 두릿

두릿한 눈으로 상에 두부가 있는가 없는가 살피시고요 죽은

시어미가 저승 시집살이까지 다 시킨다고 이집 며느리는

구시렁구시렁하고요

 

 *출처- 송진권의 시집: 자라는 돌

 

3월입니다. 곧,

담장 안으로 밖으로 개나리꽃 만발할 것입니다

구순의 할머니도 흐드러진 꽃가지 꺾어 자신의 골방에

꽂을 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봄의 힘이 아닐까요

수십 번 흘러 보낸 봄, 봄날이 가서 얼굴에 주름 깊어 폭삭 늙었지만

다시 봄이 오면 마음도 다시 두근거려 꽃을 꺾어 들겠지요

나 늙어서도 그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