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회상


양성우



들어 보아라. 지금도 광화문  그 부근에 가서

한나절 귀기울여 들어 보아라.

시린 목덜미를 움추려가며, 다친 팔다리를

어루만지며, 여기저기 숨죽이며 들어 보아라.

온몸에 시뻘건 피투성이로 

길바닥에 나뒹굴며 발을 구르며

죽어간 영혼들의 신음소리가 구천에 가득차서

번쩍이면서 성난 물결로 밀려오지 않느냐.


바람이어라. 진흙 위에 뜨겁게 일어나는

바람이어라. 끈끈한 설움 짓씹어가며

우수수 우수수 몰아쳐 오는 눈물이어라.

서울의 칼날 뿐인 하늘 아래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4월 그 아침,

남은 목숨으로 치달으면서

목이 터지도록 외치며 가던 햇살이어라.

총창 끝에  쓰러지며 난자당하며

우수수 우수수 몰아쳐 오는 바람이어라.

진흙 위에 뜨겁게 일어나는 바람이어라.


사방에서 피비린내만 나더라.

어디서나 총든 놈만 즐거워하고,

날마다 사람들은 밥이 되어서

안개처럼 흐르다가 사라져 가고,

사방에서 증오만 자라고

사방에서 피비린내만 나더라.


대낮에 흘린 피가 날아 올라서

칙칙한 밤하늘의 큰별이 되고,

대낮에 흘린 피가 스며들어서

먼지뿐인 이 땅의 큰 꽃이 되어

이글이글 타오르며 손짓하면서

찢어진 가슴팍을 긁어대면서

한밤에도 악몽속에 소리치며 운다.


들어보아라. 빼앗긴 사람들아.

한 세월 땅속에 눈물로 고여서

적막강산 바라보며 눈물로 고여서

지금도 광화문 그 부근에 살며

밤새워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4월 영혼들의 신음소리를

한나절 귀기울여 들어보아라.

물묻은 휴지처럼 군화끝에 채이며

얼음 위에 떠도는 빼앗긴 사람들아.

들어보아라.

온몸에 시뻘건 피투성이로

소리치며 소리치며 오지 않느냐.

지금도 광화문 그 부근에

살며.



***

4월이 갑니다. 4월이 또 갑니다. 시인이 있어 꽃이 쉼없이 핀다는 4월에 미처 꽃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4월이, 또, 4월이 갑니다. 가는 4월에 오래된 4월의 노래를 찿아 읊는데, 40여년이나 지난 노래에서 전혀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난감합니다. 난감해서 어찌할 줄 몰라 허둥대는 사이에 난감한 4월이  또, 가는데, 노래마저 난감하니 참 난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