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벼랑

 

손택수

 

 

벼랑을 쥐고 꽃이 피네

실은 벼랑이 품을 내어준 거라네

 

저 위에서 오늘도 누가 밥을 짓고 있나

칭얼대는 어린 것을 업고

옥상 위에 깃발처럼 빨래를 내다 말리고 있나

 

구겨진 옷주름을 몇 번 더 구기면서,

착지 못한 나머지 발을 올려놓으려

틈을 노리는 출근버스 창밖

 

찡그리면서도 꽃은 피네

실은 찡그림마저도 피어나 꽃이라네

 

 

-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2014. 창비.

 

 

 

***

  '어떤 이에게 사랑은 / 벼랑 끝에 핀 꽃이다.  // 굳이 숨기지 않더라도 / 숨은 꽃이다.'(졸시 '숨은 꽃' 중에서)

  '벼랑을 쥐고' 피어나는 꽃은 잘 안 보입니다. 숨기지 않고 환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애써 숨은 듯 안 보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이 숨은 듯 잘 안 보이는 벼랑에 핀 꽃을, 꽃의 벼랑을 보는군요. 그것도 만원버스 안에서 발도 제대로 다 못 딛고 구겨져 가면서요.

  '찡그리면서도 꽃은 피네 / 실은 찡그림마저도 피어나 꽃이라네' 라고 읊은 문장을 두고 절창이라고 예전에 한 번 감상평을 했습니다.(목록 295번)  시의 모양새는 바뀌었어도 시인의 절절함은 바뀌지 않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