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공장 폐업 / 박승민

 

하지를 넘긴 내성천 노을이 뒷산 솔숲으로 막 숨넘어가기

전 강물 위로 붉은 천연비단을 줄줄이 뽑아내고 있는데

 

놀란 쇠백로 부부가 입을 쩌억 벌리고 물비단 끝자락을 보

고 있는데 따라 가도 따라 가도 끝이 없는 사이 입에서 떨어져

나온 새끼 은어 한 마리가 재빠르게 비단 치마폭으로 숨는데

 

이런 장엄들이 가장 흔한 일상이지만 풍경은 돈이 아니어

서 곧 기천 억짜리 댐에 갇혀 명년 연말로 이 공장은 문을 닫

게 된다

 

출처:박승민의 시집: 지붕의 등뼈

 

 

 

 

그토록 아름다운 시냇가에서

우리들 유년의 한 때는 얼마나 즐거웠던가요

그 방둑 미루나무 아래서

청년 시절의 한 순간은 또 얼마나 황홀했던가요

 

뒷산에서 시작되는 맑은 물의 빨래터는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과도 같았지요

그러나 그토록 아름다운 것들은 돈이 안 돼서

허물고 또 돈이 되어서 사라졌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우리 후손들의 가슴에 전선이 연결되는 날이 오면

그 책임은 우리가 져야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