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인을 떼실 때에

 

   정끝별

 

 

   정전과 암흑과 지진과 해일이 있었어

 

   그 해 가을 후쿠시마 단풍은 유난히 아름다웠다지 타들어가기 직전이었을테니 발끝까지 뜨거웠을 거야

 

   수천의 핵토파스칼로 쏘아올린 별별 위성이 밤하늘에 별을 대신하는 동안

 

   고리가 월성을 낳고 월성이 영광을 낳고 영광이 맨홀과 씽크홀과 블랙홀을 낳고

   천당 가까운 분당에는 산성구름이 떠 있고 낙진과 낙태가 베란다에 깊숙하고

   강원도 농가에서는 암퇘지가 머리를 둘 달린 새끼를 낳았대

   지구가 새고 해안이 터지고 물고기들이 뒤집히고 새떼들이 검은 물을 뒤집어쓰고

   여의도가 인재를 낳고 인재가 재앙을 낳고 재앙이 유리창과 와장창과 만신창을 낳고

 

   난 불치야 기형이야 천 길을 휩쓴 태풍의 사생아야

   발을 뗀 무릎을 끌안고 돌연변이로 떠돌다 사라질 거야

   벌건 숯불에 떨어진 정체불명의 고깃덩어리처럼 타들어갈 거야

 

   떨어진 사과가 날아가고 있다

   화살은 날아갔고 당겨졌던 시위는 아직 떨고 있다

 

   * "여섯째 인을 떼실 때에" : 요한계시록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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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는 실용이어서는 안 된다."는 어느 시인의 발언을 곰곰 되풀이하여 생각합니다.  실용의 사전적 설명은 실제로 쓰거나 쓰임, 또는 실생활의 쓸모라고 되어 있는데, 이 설명을 그대로 시인의 발언에 붙이면, '시는 실제로 쓰거나 쓰이거나 실생활의 쓸모가 되어서는 안된다.'가 되는군요. '실제로 쓰거나 쓰이거나 실생활의 쓸모가 되어서는 안되는 시'라는 것의 존재가 가능한지 어떤지도 알 수 없지만,  이 시인은 또 '절대순수'를 말하는군요. '실용이 아닌 절대순수의 시'. 시에서의 '순수'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애써 알려고 해보지 않은 제게 '절대순수'는 더 난감하기는 하지만, 이 발언이 순수의 대척점에 실용을 놓고 한 발언이라고 보고 이렇게 한 번  '순수, 절대순수의 시'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봅니다. '시는 실용이어서만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