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접시꽃 / 이중우

 

 

스물다섯에 청상과부 되어

홀로 사신 풍곡댁 할매

처음 오신 그 길 따라 가시던 날

외딴집 대문간에 홀로 산 뻐꾸기

그리도 서글프게 울었지

 

 

항상 누구를 기다리시는지

둘방산 산 그림자 집에 들 때까지

마루만 걸레로 닦고 또 닦아

마음까지 들어오는 저녁 햇살이

마루만 반짝이게 빛나게 했지

 

 

풍곡댁 할매

처음 길 따라 가시고 난 후

홀로 살 던 뻐꾸기도 떠나가고

그 자리를 오고 가는 바람만 지키더니

핏빛같이 붉은 접시꽃 홀로 피었네

 

 

외딴집 대문간에 홀로 핀 핏빛 접시꽃

아무도 오는 이 없는지 알면서

바람 따라 밖만 쳐다보고

둘방산 산 그림자 오늘도 빈 집에 들어

먼지 앉은 마루를 닦아주고 있네

 

 

 

청상이 되어 평생 홀로 사신 할머니

마루를 닦고 또 닦으면 무엇을 기다리며 소망했을까

열녀문은 옛이야기에서나 들을 수 있었다지만

인습과 편견의 견고한 담장 안에서

평생 기다렸던 건 젊은 날 잠시 인연 맺었던 남편 같은 건 아닐 것이리라

뻐꾸기처럼 구슬프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그 긴 세월 묻어 둔 뜨거운 가슴

그 한과 열정의 덩어리를

활짝 펼치는 날이 아니었을까,  붉은 접시꽃처럼.

 

이 시는 내 친구의 시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쓰면서 어느 문학단체에도 속하지 않고 시집도 엮지 않은 그,

문득, 그의 팔뚝을 몇 대 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