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은 가지를


이규리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누가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을 위해 허공은 가지를 빌려주었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보면

간간히 말 건너 말을 한다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하염없이

때때로 덧없이

떠나보내는 일도 익숙한


그것이 바람만의 일일까


나무가 나무를 밀고

바람이 바람을 다 밀고



***

   '밖으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지난 4월 이후로 꽃이나 바다나 배, 안이나 밖같은어떤 언어에 대한 상상력은 모두 한 곳에 묶인 듯 합니다. 미네르바에서 주관하는 질마재문학상 올해의 수상자인 이규리 시인의 대표시를 읽는데도 꽤 많은 문장에서 이를 느낍니다. 하필이면 시어들이 또 모두 그렇습니다. 아님 이규리 시인의 상상력도 그곳에 묶인 것이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