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

 

   강문출

 

 

   벚나무 매미들이 떼지어 운다 내가 가까이 가는데도 사람들이 가까이 가는데도 꿈쩍도 않고 운다

 

   차바퀴 안쪽에 앉은 고양이들이 나를 빤히 본다 내가 가까이 가는데도 사람들이 가까이 가는데도 꿈쩍도 않고 물끄러미 본다

 

   언제부터 저랬을까

   무너지는 지붕에서

   침몰하는 배에서

   속수무책을 보았을까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저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인간, 저만 빠져나가려고 바둥대는 인간, 인간 아닌 인간을 보았기 때문일까

 

   입씨름이나 하는 사이 수상한 가을장마가 찾아와 매미들은 벌써 떠났고 고양이들도 젖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해법을 찾지 못한 인간들만 속절없이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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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때가 되어서야 피는 꽃인데 이상기온으로 너무 일찍 피었다가 또 일찍 진 꽃들 때문에 괜스레 늦게 핀다고 오해받는 꽃들 있습니다. 하지만 피는 꽃은 있어도 정녕 늦게 피는 꽃은 없습니다. 피어라, 꽃!  핀 꽃들은 언제 피든 모두 아름답습니다. (2014.04.08)

   올해는 목련 재재거리는 노래 못 들었습니다. 일찍 핀 벚꽃 화사한 얼굴에 취해 불렀어도 미처 못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침 화단에 영산홍 붉게 피더군요. 벚꽃 일찍 피었다가 일찍 져 조금 섭섭했는데 영산홍 붉은 마음이 섭섭함을 날려주네요. 한동안은 이 영산홍 붉은 마음 잡고 살아야겠습니다.  (2014.04.09)

   봄꽃들이 몇일째 피기를 멈췄습니다. 피어있는 꽃들도 갑작스레 모두 색을 잃었습니다.  아직은 아닌데...  아직은 아닌데...  꽃들이 집니다. 자꾸 집니다.  미처 다 피지도 않은 꽃들이  어쩌나 어쩌나 자꾸 집니다. 딱!  몇일째 생각이 멈췄습니다. (2014.04.19)

   색을 잃은 꽃들을 봅니다. 빛을 잃은 색들을 봅니다. 하여 빛도 색도 다 잃은 꽃들을 봅니다. 꽃들 색색깔로 아무리 흐드러지게 피어도 빛을 잃었으니 색은 더 이상 색이 아닙니다. 다 지나지 않은 이 봄에 불러야 할 꽃노래는 아직도 너무 많은데 빛을 잃은 색을 잃은 꽃들 앞에서 노래가 안 나옵니다. 기껏 나오는 노래는 그저 눈물입니다. 신음입니다. 이 봄에 천지간에 신음하는 꽃들만 널렸습니다. 천지간에 눈물만 넘쳤습니다.  (2014.04.23)

 

   3월에 매화꽃 피는 것 보고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4월의 꽃을 그리다가 딱 상상이 멈추어버렸습니다.  어찌 어찌 시어 하나 넣었다가 뺐다가, 바꾸었다가 뒤집었다가, 한 줄 채웠다가 비웠다가, 썼다가 지웠다가, 행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붙였다가 뗐다가, 쉼표를 찍었다가 마침표를 찍었다가, 이도저도 안되어 말줄임표를 찍을까 말까 하는 사이,  봄이 다 가고 여름도 꽤 깊이 든 7월 중순에야 10행의 짧은 시를 겨우 탈고를 하고, 철 지난 문예지를 읽는데 4월이 또 가슴을 치네요.

   '속수무책'과 '속절없이' 사이에서 하던  그 때 시작한 '입씨름'은 여전하고,  이제는 언제나의 수순처럼 '속수무책'과 '속절없이' 사이에 '폭력'이 들어서네요.  힘없는 자식 잃은 이들의 몸부림에 힘 있는 이들이 내세우는 법치를 앞세운 인권유린이 도가 넘어서는데 '속수무책' 당하면서 '속절없이' 한탄만 하고 있어야 하는지 가슴 또 답.답.해지네요.

   

   펌프를 늙혀서 / 등이 저리다. // 삼월 //  길가 개조심 집 마당에 / 매화꽃이 / 폈다. // 난분분~~ // 아, // 4.16 // 하리야. (졸시 '삼월'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