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 / 고재종

 


저것 좀 보아 저 아가씨

봉선화 따서 손톱 묶네

저 아가씨 얼굴 좀 보아

홍색 자색 연분홍 드네

가슴 봉긋한 저 아가씨

이윽한 눈빛의 저 아가씨

꽃물 든 손 가슴에 얹네

말만한 엉덩이 저 아가씨

바알갛게 달아오르네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네

아아, 저 아가씨 눈이슬 짓네

내사 차마는 못 보겠네

진저리치다 깨어나니

울밑의 봉선화 비에 젖네

 

- 고재종시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의 나의 언니는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무명실로 손가락을 처매고 난 후

내 작은 손톱에도 꽃물을 들여주던 언니

(나는 답답해서 곧 풀어버리지만)


손톱에서 꽃물이 빠지기 전에 첫눈이 온다면

첫사랑도 이루어진다는 속설처럼

언니의 첫사랑은 이루어졌을까


이제 그 풍경은 너무도 아련하여

꿈결인 듯 싶습니다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