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장면

 

정재학

 

   군무群舞처럼 같은 각도로 고개를 숙이고 똑같이 흔들리고 있다. 손가락들이 먹을 것을 찾아 꼼지락거리는 벌레처럼 움직인다. 식욕을 다 채우기 전에는 앞자리에 앉은 예쁜 어린아이도, 불쑥 지나가는 걸인도 보지 못한다. 보지 않는다. 직접 만난 지 몇 년이 넘은 친구와 간혹 짧은 문자를 나누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도 모르고…… 무선으로 간신히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 죽기 전에 서로 몇 번은 만날 것이다. 현재 시간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오전 7시 24분. 지하철에서 시집을 읽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지하철 칸마다 손가락들이 꿈틀대고 있다.

 

- 계간『예술가』2013 여름

 

 

***

   앞을 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옆을 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뒤를 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 앞을 보지 않으니 앞사람의 눈을 보지 못한다. 옆을 보지 않으니 옆사람의 귀를 보지 못한다. 뒤를 보지 않으니 뒤에 있는 건 무엇? 음…… 얼굴? 머리? 허공? 빈?

   입이 없다. 입만 없는 것이 아니라 코도 없고 귀도 없고 눈도 없다. 오로지 꼼지락거리는 손가락만 있다. 말이 없다. 우리는 모두 아래만 아래만 내려다보며 손가락들에게 군무를 추게하고 있다. 엇 둘! 엇 둘! 꼼지락꼼지락.

   하는 동안, 사라졌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사라졌다. 가까이 있는 골목이, 거리가 사라졌다. 가까이 있는 강이, 산이, 하늘이, 풍경이 사라졌다. 가까이, ‘가까이’가 사라졌다. 사라져 숨었다. 사람 골목 거리 강 산 하늘이 모두 이미지가 되었다. 풍경이 모두 이미지 속에 갇혔다.

  

   과자를 빼앗긴 아이가 울고 있다 그 옆에 술을 빼앗긴 어른이 울고 있다 그 옆에 장난감을 빼앗긴 막내가 울고 있다 그 옆에 한 달 만에 들어온 여자가 울고 있다 그 옆에 살이 숭숭 빠진 생선이 울고 있다 그 옆에 어떤 최후가 울고 있다 그 옆에 모든 옆이 와서 울고 있다 그 옆에 생글생글 눈 내리는 창가 그 옆에 밑 빠진 독처럼 앉은 하느님이 멀뚱멀뚱 하늘만 쳐다본다

 

   우리는 옆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 박지웅 ‘옆이 없다’ (계간『예술가』2013 여름)

  

   옆을 잃고, 이미지 속에 갇힌 풍경에만 말걸기하는 이건 소통? 불통?  (남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