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를 듣다 보면

 

박정춘

 

새소릴 듣다가 보면, 하도 지지대서

쉰 목소리 새가 있다

새라고 다 꾀꼬리 소리는 아니다

 

새는 하루 종일 카악카악 날 비웃고,

해는 저물어 가는데 나는 아직도 불편하게 살고 있다

 

여자의 화증禍症은 하나님도 누르지 못한다는데

 

앵그리 버드,

보는 대로 날아가서 몸으로 깨뜨리는 화난 새다

 

새소릴 듣다 보면, 하도 지지대서

쉰 목소리 새가 있다

새라고 다 꾀꼬리 소리는 아니다

 

 

- 계간『예술가』2013 여름

 

 

***

   심상찮다. 아내의 눈동자가, 아내의 표정이, 아내의 숨소리가 오늘따라 심상찮다. 주방으로 향하는 아내의 발걸음과 설거지통의 그릇을 꺼내는 아내의 손길마저.

   하니, 불안하다. 설거지통에서 나오는 밥공기가 불안하다. 설거지통에서 나오는 국사발에 숟가락과 젓가락, 국자, 주걱, 칼 모두.

   하니 또 수상하기까지 하다. 가스렌지 위에서 열 올리고 있는 찌개냄비가, 그 냄비의 찌개와 쿵쾅쿵쾅 거친 숨을 내뱉는 압력밥솥과 그 밥솥의 밥까지.

   이게 뭐지, 슬쩍 쳐다보는데 주방에서 몰려오는 쏴~~한 기운에 바닥에 바짝 엎드리는 거실의 공기. 순간 거실 벽에 걸린 사진이 한 쪽으로 기우뚱하고, 그 옆에 걸린 그림 속의 집도 한쪽으로 따라 기우뚱.

   이럴 때는 눈 내리깔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눈 내리깔고 슬금슬금 일어나 베란다로 가서 널어놓은 빨래라도 걷어서 거실에 앉아 개기라도 한다면 상책 위의 최상책이겠고, 이왕 시작한 김에 청소기라도 들고 나서면 더 좋겠지.

   이유는 묻지 마시라. 불문율이다. 아내는 오늘 ‘앵그리 버드’. 같이 화를 내는 것은 전쟁 선포다. 전쟁은 어떤 전쟁이든지 끝이 안 좋다. ‘여자의 화증은 하나님도 누르지 못한다는데’ 일단 침묵하자. 오래 안 간다. 곧 평화가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