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기다리다

 
사랑아
조금 늦게 울어도 되지 않겠니

 
배고프다 칭얼대는 저 초승달에게 늙은 젖을 먹인 뒤
아파요, 으아리 근처서 깨어난 이슬이 마지막 숲 그림자에 가 닿은 뒤
자음으로만 머뭇 머무는 먹구름 우레로 퍼부은 뒤

두근거리는 상사화 꽃대가 차마 둥그러진 뒤
밤새 술 취하던 그의 조등이 점점점
붉게 사윈 뒤


사랑아
그때 우리 울어도
늦진 않겠지

 

                                  - 2013 대전작가시선 제9집 "질문들"에서 -

 

* 사랑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결국 떠날 수밖에 없겠지만

  조금만 더 늦게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진정 사랑이지

  이별의 울음이 언제 준비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영원히 준비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충분히 울 수 있을 때까지

  사랑아 조금만 더 늦게 떠나다오

  초승달도 이슬도 먹구름도 상사화 꽃대도 조등도

  모두 안타깝지 않을 때까지

  조금만, 조금만 더 머물러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