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삼월의 눈

 

이병률

 

한 사람과 너는

며칠 간격으로 떠났다

마비였다.

 

심장이, 태엽이 멈추었다

 

때 아닌 눈발이 쏟아졌고

눈발을 피하지 못한 사람들이 길가에서 더러워졌다

 

널어놓은 양말은 비틀어졌으며

생활은 모든 비밀번호를 잃어버렸다

 

불 옆에 있어도 어두워졌다

재를 주워 먹어서 헛헛하였다

 

얻어 온 지난 철의 과일은 등을 맞대고

며칠을 익어갈 것인데

 

두 사람의 심장이 멈추었다는데

이별 앞에 눈보라가 친다

잘 살고 있으므로

나는 충분히 실패한 것이다

 

사무치는 것은 봄으로 온다

너는 그렇게만 알아라

 

 

- 이병률 『눈사람 여관』문학과지성사 2013

 

 

***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비 쏟아지는 날에 늦은 눈 내리는 날의 이별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음력 삼월이니 양력으로는 삼월 하순이나 사월입니다. 봄을 바로 앞에 두고 내리는 눈이니 때 아닌 눈발입니다.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으니 살아있는 자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어떤 삶과의 이별을 맞이해야 합니다. 죽음의 때를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맞닥뜨린 죽음은 늘 때 아닌 죽음이 됩니다. 오려나, 오려나, 생각하던 찰나에 쏟아지는 빗소리에 귀가 먹먹합니다. 이별 뒤에 그려지는 아픔의 정황이 너무 절절하여 이별의 이야기를 듣는 제 가슴이 턱 막힙니다. 그러나 또 어쩌겠습니까. 산 자는 또 살아야 하니까 이별의 절절한 감정은 삶 앞에서 늘 ‘실패’하고 맙니다. ‘사무치는 것은 봄으로 온다 / 너는 그렇게만 알아라’ 그렇게 알고 이 이별의 이야기, 저도 이만 거두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