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 박성우

 


 

    맑은 계곡으로 단풍이 진다

    온몸에 수천 개의 입술을 숨기고도

    사내 하나 유혹하지 못했을까

    하루종일 거울 앞에 앉아

    빨간 립스틱을 지우는 길손다방 늙은 여자

    볼 밑으로 투명한 물이 흐른다

    부르다 만 슬픈 노래를 마저 부르려는 듯 그 여자

    반쯤 지워진 입술을 부르르 비튼다

    세상이 서둘러 단풍들게 한 그 여자

    지우다 만 입술을 깊은 계곡으로 떨군다


      박성우의 시집: 거미

 




    길손 다방 늙은 여자

    한 때는 입술을 붉게 칠하고 수많은 남자들에게

    에워싸였던 꽃 같은 날들은 모두 흘러갔다

   젊은 날의 탱고는 모두 끝났다

    그러나 그녀 마음 속 열정은 아직도 끓고 있어

    마지막 노래를 부르고

    봄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으로 지는 게 아닐까

    그녀의 마지막이 황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