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벼랑

 

손 택 수

 

애써 피어난 자리가 하필이면 낭떠러지다

아슬아슬하다 합정 재개발지구

 

벼랑 위에 벚꽃이 한창이다

무너져내리는 흙벽에 달라붙어 나무는 꽃을 날리고 있다

 

출구 쪽 계단에 발 하나를 걸치고,

아찔한 체위로 시집을 읽던 날이 내게도 있었던가

나름으로는 용맹정진이었으나, 부끄럽구나

벼랑을 평지로 태평하게 피어나는 꽃이여

 

저 꽃벼랑 위에서 오늘도 누가 밥을 짓고 있나

칭얼대는 어린 것을 업고 옥상 위에 깃발처럼 빨래를 내다 말리고 있나

 

찡그리면서도 꽃은 핀다

아니, 찡그림마저도 피어나 꽃이다

 

구겨진 옷주름을 몇 번 더 구기면서, 착지 못한 나머지 발을 올려놓으려

틈을 노리는 버스 안

 

벼랑 끝 휘청대는 가지 하나가 나를 받쳐주고 있다

 

- 계간『시와사람』2013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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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그리면서도 꽃은 핀다 / 아니, 찡그림마저도 피어나 꽃이다’

절실입니다. 하니, 절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