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 이윤학


   주먹을 불끈 쥐고

   기침을 시작하는 아버지,

   금 캐러 광산에 다닌 아버지.

   돌가루 쌓아놓고 사는 아버지.


   새벽 4시를 알리는

   아버지의 기침소리.

   뭉텅이별이 쏟아지는

   아버지의 기침소리.


   네가 갓난아기였을 때

   너희 아버지는 금 캐러 가기 전에

   금 캐러 갔다와서

   네 눈을 바라보곤 했다.


   삼십 후반이 된 아들에게

   아버지 얘기를 흘려놓고

   어머니

   비닐집 속으로 사라진다.


   뿌옇게 물방울 열린 비닐집.

   갈빗대 튀어나온 비닐집.


   경운기 몰고 풀 깎으러 가는

   넥타이 허리띠 졸라맨 아버지.  


   * 이윤학의 시집:  그림자를 마신다 (문학과 지성 2005)

 

 

   이윤학의 산문을 보면 그는 음주와 부주의로  

   몸 어딘가가 늘 터지고 깨지고 부러지고

   마른 몸에 상처없는 날이 드물다

  그래서 나이보다 삭은 것 같다


  광산에 다니는 아버지는 어린 윤학을 보며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셨을까

  그는 분명 아버지의 기대를 무너뜨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넥타이 허리띠를 졸라맨 아버지는

  아들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여러 권의 책도 냈고

  가슴에 따뜻함을 품었으며 정말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아들이라서...